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심즈2는 확장팩 인스톨과 아이템 로딩, 그리고 불량아이템 시스템 종료의 압박으로 이제 깔기 싫고 로딩 시간 기다리기도 싫고, 텅텅 하고 터지는 종료 메시지 소리도 듣기 싫어 안 하는 게임이 되어 버린지 오래.

꽤나 세심해서 나름 재미있던 심즈 3.
그러나 공략게임과 같은 요소 때문에 씨앗을 모아서 음식을 다 만들어 본 뒤에는 심심해서 그만 하기가 싫어졌다.
게임의 목적이 사라져 버렸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좀 하다 시간이 너무 더디게 흘러서 몇 번이나 중도 포기했던 프린세스 메이커 5.
몇 번을 플레이해도 이 에미가 진득하지 못하여 울 딸내미는 언제나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로 인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초등학교 중퇴.


그러던 것을 지난 주 목요일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프린세스 메이커 5를 급히 깔아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콘트롤 키를 누르고 모든 대사 무시..상태로 죽을둥살둥 플레이해서..
드디어 월요일 저녁에 엔딩을 봤다.

결론
이 무신... 게임이 이렇더냐.
대충 사십 몇 시간 플레이한 것 같다.
미친듯이 돌리면 서른 시간에 끝난다고 하지만 딸내미가 연애를 하는데 대사를 안 보고 선택지를 선택할 수가 있나.
그러다보니 토요일이 일요일이 되고, 일요일은 다시 월요일이 된다.
아...
일해야 하는데 말이지.


나는 프메2부터 전투계 딸내미를 좋아해서 사실 전투계 이외에는 거의 엔딩을 본 게 없다.
이번에야 말로. 이러면서 시작하지만 어느 틈엔가 애를 전투계로 키우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체력과 정신력에 검술 마법까지 섭렵하고, 거기에 덤으로 매력과 기품까지 올려줬다.
한눈에 눈치챘던 진엔딩 캐릭도 여러번 나왔고
요정계 여왕 제의도 들어왔고, 마계 여왕 제의도 들어왔다.
그랬던 것이
이렇게 엔딩하나 보겠다고 마구 플레이하던 내가 컨트롤 키를 다시 한 번 눌러 속도를 늦춰야 하는 일이 자꾸 생겼으니, 이름하여 ..(아, 이 촌스런 이름) 아저씨 때문이다.


이 캐릭터 엔딩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던 터라
이 아저씨랑 이벤트가 일어날 때에는
- 얘를 여왕이나 마계 전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다 연예계로 빠지는 거 아니야..  그것도 베드엔딩으로...?
이런 걱정만 했더랬다. 그래 딱 그 걱정 뿐이었다.
느닷없는 데이터 신청에 밤 데이트...신청
(사실 느닷없지는 않았잖아. 은근히 좋아해놓고 이제 와서 뭐야...)
쿠구궁!!!!!!!!
아니 이게 뭔 일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그 ㅅㅅㄴ 이나 X 파일 같은 거?
그런 연예계의 뒷 얘기를 애들 상대로 하는 게임에 넣어도 되는 거냣! 하는 심정이었지만
우리 딸은 평범한 훈련생이 아니라 전투력과 괴물같은 체력으로 무장한 아이돌 훈련생이잖아.
걱정할 것 없지. (정말로 딸을 전투계로 키운 게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여차하면 한 방에 끝장내 주겠어란 각오로 플레이를 했는데
어라라, 이 아저씨 좀 보게나.

말하는 게 왜 이렇게 귀여워?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나 화이트 데이 이벤트는 왜 이렇게 깜찍한거지?
이거이거 이 사람 뭔 캐릭터지...?
뭐야, 혹시 엔딩이 있는 캐릭터야?????????

그리하여 급히 딸의 친구 관계를 몰래 엿봤다.
있잖아.
목록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잖아.
게다가 이 무슨 핑크빛 구슬이냐.
이성이래.
에에에에에에엣!!!!!!!!!!




그러니깐, 딱 솔직해 말해서
난 게임하면서 이 산쥬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머리가 어질어질 했더랬다.
다른 캐릭터처럼 처음부터 뭔가 있을 거라는 짐작 하에서 시작했더라면 이렇게나 나이 많은 양반은 택도 없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예상 외의 복병의 화력은 엄청난 것이다.
그야 말로 무방비상태인 게임 플레이어가 제대로 한 방 맞은 것이다.


게임 플레이어, 정신차려라. 니랑 산쥬로랑 연애하는 게 아니라, 니 딸, 그러니깐 아직도 중학생인 니 딸이랑 서른 아홉 먹은 아저씨가 연애하는 거란 말이지....
(서른 아홉 먹은 양반들 꿈들 깨쇼.. 현실은 그렇지 않다오)

그러나
나, 게임 플레이어는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이미 딸이 딸이 아니야.
딸한테 감정이입된 플레이어는 전투계고, 진엔딩이고 다 잊고
띵하고 머엉~한 상태로 어찌나 마음을 졸이며 선택지 버튼을 눌렀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 1년도 더 남은 상황에서 급작스런 프로포즈
뭐야, 이거...!
아니 왜 이렇게 벌써 하는거야.
얘는 그럴 운명이 아니라고!

그러나.....
그러나.....
그렇다.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당하는 산쥬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게 맞을 것이다.
고작 게임 버튼 하나인 주제에
그 버튼을 앞에 두고 어찌나 많은 생각을 했던지..
그래도 역시나 거절할 수 없었다.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는
- 나 뭐냐, 정말
이 말을 수십번도 더 외쳤다.


자, 이제 니 딸의 미래는?


거절했어야 하는 거였다.
딸이 도덕심이 낮아 진엔딩으로 가긴 어려울 듯했지만
암흑계로 갈 수는 있었다고..
그런 환한 미래가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고백하는 아저씨의 마음을 뿌리치질 못했단 말이지.



여기저기 뒤져본 결과로는 아직 오십 여 개의 엔딩이 남아있고
그 중 모리 산쥬로를 만나야 가능한 엔딩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나머지 엔딩은 긴 시간을 투자해 가면서 과연 플레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
이 모리 산쥬로 캐릭터를 능가하는 엔딩이 나오는가?


알 수 없다. 이 게임.




에미리와 빗속에서 호탕하게 웃는 이벤트
난 여기에서도 머리가 멍해졌다.

가슴도 찡해졌고
콧잔등도 시큰해졌고
눈물도  찔끔 흘렸다.

친구란 이렇게 좋은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가 된 에미리는 졸업하는 순간까지 우리 딸의 진정한 친구로 남아 있는다.
딸아,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두다니 넌 인생 헛 산게 아니야.


이렇게 두 가지 이벤트만 보면 이 게임 대작이다.
어떤 엔딩이 나오든 이런 찐하디 찐한 이벤트가 나온다면 오래오래 투자해서 플레이 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덧:
모리 산쥬로 이벤트를 세이브 해뒀어야 했다.
그리고 난 이제 또 일하러 간다.
프메5 플레이 후폭풍이 너무 거세다.
아, 폭풍간지는 모리 산쥬로만 날리는 게 아니란 말이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레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