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1~337화까지 스포일러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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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신경도 쓰지 않던 고잉메리호가 소라지마부터 뭔가 신비로운 조짐을 보이더니 워터세븐과 에니애스로비를 거치면서 그렇게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탓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말 아쉬운 건 모두가 모이던 장소였던 주방이 이제는 노동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들 하지만 고단한 모습으로 접시를 씻는 상디의 모습을 보면 신성한 노동의 장소라기 보다는 탈출구가 없는 일상에 쩌든 주부의 주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애처롭다.
설겆이 하는 상디 뒤에 놓인 널찍한 식탁에 앉아 항해일지를 쓰는 나미나 책을 읽는 로빈의 모습이 참 정겹게 보였는데 이제는 배에다 2억 베리를 쏟아부은 게 여기저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 난 참 많이 아쉽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모두의 신뢰 이전의 문제 때문에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하드웨어를 갖추어야 했을 것이고, 그렇게 배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곧 앞으로 이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험난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겠지만,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압도해버린 것만 같아 씁쓸하다.
긍정의 진보는 사람을 수월하게 만든다.
사람은 자연을 읽고 판단을 하고 명령을 내리고
기계가 움직일 수 있게 몇몇 인력이 일을 하고 기계는 이에 맞춰 움직인다.
그리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게 변증법이라면 발전이겠지만
합이 도를 넘어버려 사치에 이르면 단순히 멋진 것만으로는 호소력이 없다.
메리가 그렇게 슬프게 사라져서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기계를 들고 나타난 프랭키한테 메리, 나미, 우솝, 상디까지 뒷전으로 밀려 버린 듯해서 씁쓸하다.
운하가 산을 오르는 그랜드 라인을 넘고
거대한 해류 녹업 스트림을 타고 하늘섬까지 올랐고
철통의 요새 나바론을 탈출하고 애니에스로비의 물살까지 읽어내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기에 가까운 항해술을 발휘했던 나미와 메리의 환상의 궁합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아직 10년은 더 이야기를 하겠다는 말대로 나미와 써니의 화려한 듀오를 보게 될까...?
프랭키가 그렇게 변태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기계를 잘 다루는 캐릭터였다면 제아무리 겸손하다해도 싫어하는 유일한 멤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프랭키 참 좋아한다.
천의 바다를 넘는 태양이라는 싸우전드 써니 호의 이름도, 싸우전드 써니호도 좋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우솝과 동료애따위 의심할 여지도 없는 루피의 아픈 기억으로 태어난 배가 너무도 훌륭한 모습으로 짠~하고 등장해버려서 단순히 그게 밉상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과생인 주제에 이런 기계의 힘을 보면 만정이 뚝 떨어져 버리는 내 오랜 습성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힘내봐라, 싸우전드 써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