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독한가?
왜 흉내내는가?
왜 관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가?


진정 쿠미코에게 어떤 철학이 있는 건가?
단순 보상심리에 타인을 끌어들인 것에서 얼마나 더 벗어난 건가? 얼마나 초월한건가?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여고생이 가족을 버리고 저렇게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이 사람들은 새로운 사고에 대한 포용력이 큰건가? 종교 맹신자들은 그래서 그런 건가? 너무 쉽게 믿는 게 아니라 포용력의 차이인가?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면 두손두발 다 들지 않겠나? 잘 못 된 것도 없는데 뭔가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쟤들은 도대체 왜 저렇게 관계에 대해 괴로워 하는 걸까? 관계를 부정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적어도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한 번 정도는 생각을 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람도 그 사람 역할을 하다 그냥 죽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럼 그 추구하는 관계의 끝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 건데? 어차피 아무 것도 없다면 진짜 가족들과 그냥 사는 거랑 도대체 어떻게 다른 건데? 얼마나 깊이, 얼마나 많이 생각했나?

기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본 뿌리부터가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체주의,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사회적 소용론, 역할이 없는 게 뭐가 그리 나쁘다고 관계 속에서 자아를 고민해야 하는 걸까?
난 이 모든 게 의문이다.
철학도 아니고 신조도 아닌데 사람이 이렇게도 간단히 휘둘리는가?

관계를 굉장히 특이한 시선에서 풀어 나가고 있어서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라는 의문에서 내내 헤어나지 못했다. 그 뭐였지? 가족과 국가는 선택할 수 없는 집단이고 다른 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교과서에서 나불대던 그 논리. 그래서 가족도 선택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가족이라는 것도 결국 나를 낳고, 너를 낳았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 그런 관계에 지나지 않으면서 나는 너의 부모다, 난 당신 자식이라며 책임과 의무와 사랑과 관심 등등 이 모든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건 뭔가 부당하다는 건가? 그러니 스스로 의미를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와 마찬가지로 다 흉내내기,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렇지만 좀 너무 나간 느낌이다. 이 정도로 막 나가지 않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건가? 뭐 감독 맘이고, 감독의 표현 방식이고, 그래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라는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희미한 장막 뒤에서 무언가 형체는 보이는데 난 불쾌했다. 저 어린 여자애들이 저렇게나 온 어깨로 흐느껴가며 일구고 싶었던 관계라는 게 도대체 뭔데? 너와의 관계냐? 그게 내 인생의 주체가 된다는 거냐? 그런 너와 관계한 타인은 자기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타인의 역할을 하다 죽어간 사람이 타인의 인생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애들을 오십 여명 죽여 놓고 끝에 가서 안녕, 내 청춘 이러면서 쿨하게 끝내지만 결국 철없는 장녀가 사이코패스한테 휘말려 벌어지는 가족 수난사였다고 말 하고 싶다.


【2014.03.28 16:31】
자살클럽
노리코의 식탁을 보고 나서 전작이라고 하는 자살클럽은 어떤 영환가 싶어 봤는데, 참혹한 상상력의 끝장을 보는구나 이 감독.
평범하던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죽기도 한다는 둥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해도 이런 식이라면 난 읽지 않겠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 메시지를 숨겨둔 척 하는 거 비겁하지 않나.
변명하는 작가는 별론데, 의미없는 잔혹함이 판치고 있는 자살 클럽 뒤에 만들었다는 노리코의 식탁... 난 왜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리나.


【2014.04.02 20:23】
소노 시온
이렇게 영화 두 편을 보고 감독한테 무진장 관심이 생겨서 몇 편 구했는데, 결론부터 한 마디로 적으면 난 이 감독 영화 못 보겠다.
미즈노 미키가 주연이어서 우선 <길티 오브 로맨스>부터 봤다. <자살클럽>을 보면서도 그렇게 느꼈는데 이 감독 뭘 하건 끝장을 보는 성격이구나.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어설프게 건들다 마는 것보다는 뭐건 극단으로 치닫는 편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 호불호가 갈려서 좋은 거다. 다 보고 나니 그다지 생각나는 것도 없는 영환데 전개 방식이 매우 생소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내가 이쪽으로는 왜 그런 것까지 보냐 싶은 것까지도 막 보는 편이긴 하지만 흥미본위의 소재가 이다지도 진지하게 나와버리면 용량 초과지.
<차가운 열대어>. 40분 정도 봤는데 잔혹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자살클럽>을 보면서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이건 정말 횡경막이 저릴 정도로 폭력이 느껴진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아직 하나밖에 안 나왔지만 그냥 알겠다. 이거 폭력을 다루는 영화라는 거, 그런데 아마도 난 감당못할 폭력이라는 것도 벌써부터 알겠다. 저기는 내가 발을 들여놓아선 안 될 세계라는 그런 위험함.
<러브 익스포져> 견디기 힘든 소재. 몰라. 장장 네 시간동안 주구장창 이 얘기를 하는 걸까. 사람을 고문할 심산이 아닌 이상 중간에 다른 것도 나오겠지만 과연 네 시간 동안 내가 버틸 재간이 있을까.

영화를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만 봐도 자살클럽이나 노리코의 식탁을 만들때만 해도 감독 본인부터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뒤죽박죽 이었다는 걸 알겠다. 거기에 비해 차가운 열대어는 배우들 연기도 연기지만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도 분명하고 어떤 식으로 그 주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고민도 많이 한 느낌이고 또 이렇게나 표현해 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힘도 느껴진다.


Posted by 레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