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마도 예전 돈키호테란 드라마에서 사바시마가 보겠다고 그 난리치던 만화 <신주쿠 고등어>가 이게 아닐까.

 

 

난 이걸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봤는데, 나는 드라마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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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렇게 쓰려고 시작한 포스트였다. 그래서 영화를 좀 까겠다고 드라마 보면서 이것저것 있는 말 없는 말 적어놓기도 했지만, 그냥 나의 완패.

 

예전에 봤을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당히 거슬려서 초반만 보다가 접었는데, 얼마 전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검색어로 소노 시온이 딱 걸리는 것이다. 거기에다 이게 전에 심야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다는 걸 보고 나니 옳타구나 씹을 거리다!! 하는 마음에 신나게 보기 시작했다.

 

소노 시온 영화를 좋아하지 않거든. 이 사람이 보여주는 폭력의 의미를 모르겠다. 아니.. 의미를 모르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폭력과 살상의 끝장을 보려고 하는 건지, 그렇게까지 묘사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건지. 이야기에 줄거리가 있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굳이 그렇게 자세하게 화면으로 만들어 보여주지 않아도 보는 사람은 알아서 판단할 수 있을텐데 그걸 굳이 보여주는 건 분명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런 걸 영화의 모호함으로 포장해 이건 영화야..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다. 영화 전부 본 건 아니고, 이 사람의 미학을 내가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몇 편 찾아본 영화 감상이 이렇다는 것.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세이노 나나 때문에 찾아봤던 도쿄 트라이브를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사실은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이 영화를 생각해 보니깐,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나는 감독이야' 하는 겉멋이 빠진 것 같아 소노 시온 감독 영화답지 않게 매우 마음에 든다. 좋은 영화라는 얘기는 아니고. 이 사람 영화답게 여자를 보는 시선이나 영화 속에서 여자를 다루는 태도와 방식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걸 감독이라는 가식 속에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다 드러낸 주제에 거부감도 없이 세련되게 표현해 낸 영화가 아닌가 한다. 물론 이번에는 비겁하게 원작 속으로 숨긴 했지만. 그래도 차라리 이런 장르를 택해서 본인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뭐 이 사람 영화 본 사람 중에 알아듣는 사람을 알아들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는 잘 만들긴 했더라. 원래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이긴 하다. 

앞부분만 봤을 때는 영화 쪽 인물들이 쓸데없이 전부 다 멋있어서 이거 미화가 지나친 거 아니냐며 반감이 컸는데, 보다 보니 캐릭터가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배우가 멋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거기에 양복부터 해서 그 역에 딱 맞게 연기를 해서 멋져 보였던 것 같다. 극 속 인물을 어디까지 표현해 낼 수 있을까...여기에는 연기자의 인물 분석력과 표현력이 절대적이라는 걸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런 류의 이야기 속 극중 인물로는 완벽에 가까운 설정을 다 타고난 마코.

드라마 속 마코가 여자를 돈벌이 도구로 쓰는 쓰레기 같은 인간 면모를 잘 보여줬다면 영화 속 마코는 여자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남녀불문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무서운 인간으로 나온다. 

극이 흘러가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행동이 하나씩 둘 씩 보이고, 거기에 가벼운 듯하지만 허세가 아닌 듯한 태도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다 후반부에 히데요시의 죽음과 함께 이 인물의 본질이 드러난다. 갑자기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하며 무슨 반전을 노린 듯 캐릭터가 확 변하지 않고 서서히 변화가 다가오는 게 더 섬짓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하야마도 이런 말을 한다.

 

이 마코란 인물이 뭘 하려는 지는 요코 마마 [야마다 유]의 한 마디로 함축된다. 남자가 10년을 걸려도 못 이루는 걸 한 번에 갖는 게 능력있는 여자..라고 했던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고 하여간 이런 대사). 굳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이 영화는 이게 단순히 여자 등쳐먹는 신주쿠 거리에서 나 홀로 정의의 편이라 외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뒤에 꿈틀대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이 부분이 드라마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세야 유스케의 마코는 그야말로 그런 세계의 정점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아 저 사람은 정말 나쁜 남자란 말이 나오니깐. 드라마 속 마코는 나쁜 남자라기 보다는 나쁜 새끼 쪽에 가깝다. 배우도 쓸데 없이 폼 잡지 않고 한 점 주저없이 대사를 쭉쭉 읊어 나가니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드라마의 쓸데없는 노출과 av 배우 캐스팅과 남자 배우들의 비열한 연기 속에서 나홀로 고고한 척 하는 주인공은 혼자 겉돈다. 홀로 비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소노 시온이 처음부터 접고 들어간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여자의 시선이 드라마에서는 정의로운 주인공과 맞물려 애환으로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캐스팅과 연출부터가 노골적이라 주제와 소재와 표현의 엇박자가 거슬린다. 보고 꼴리라는 건지 그러지 말라는 건지... 이래서야 또 한 번 여자를 이용해 장사해 먹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거다. 시청률을 끌고 싶은데 성적 욕망을 표출하고 싶은데 그렇게 막 나갈 수만은 없으니 주인공을 이용해서 계도하는 척을 한다. 여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면서. 영화 속 마코가 주인공을 이용하듯이 말이다. 심야 드라마답게 이율배반이 범벅이 되어 있다.

 

이 세계의 여자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지 절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가장 본인에게 맞는 걸 행복하게 할 수 있게 해 주겠다. 뭐 이런 주인공의 신념(?)이 드라마와 영화 속에 같은 맥락으로 흐른다. 그게 아마 소노 시온의 코드와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성을 판다는 부분. 신주쿠 거리에는 몸을 팔아 돈을 벌고 싶어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스카우터밖에 없다. 현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나 드라마 속 신주쿠는 그런 곳이고, 그런 곳에 돈 한 푼 없이 굴어들어온 주인공이 과연 정의 운운할 자격이 있나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의 공통점은 자기가 정의의 편이라고 착각하는 주인공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야욕에 불타는 마코의 눈에 띄였을 것이고, 마코는 저돌적인 이 녀석은 이용할 가치가 충분한 놈이라 생각해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던 거겠지. 거기에 비운의 악역 히데요시라는 친구까지 뒀으니. 그래도 영화는 양심은 있었는지 자살한 여자를 두고 '알고 있었는데 자기가 눈을 돌렸다고' 자책하는 장면 정도는 나온다. 역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결국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 내가 보기에 전형적인 우유부단형 주인공 캐릭터라서 더러운 욕망에 충실한 히데요시보다 못해 보였다. 

 

 

히데요시는, 결국 버리는 말이었고, 주인공은 쓰는 말이었다는 소리. 졸끼리 붙여놓고 이렇게 되건 저렇게 되건 다음 수는 미리 만들어 놓은 거다. 어느 쪽 수를 써서 이 형국을 헤쳐나가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히데요시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히데요시 [야마다 타카유키] VS 하야마 [카네코 노부아키]

 

 

히데요시는 희대의 쓰레기라서 아게하(사와지리 에리카)와 만나는 장면, 이게 다른 장르였더라면 숨막힐 듯 아름다운 장면이었을 그 장면이 비극의 실마리도 아니고, 질나쁜 범죄 현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계단에 홀로 앉아 있다 포주한테서 달아나는 여자의 손목을 낚아 채 구해주는 장면은, 찰그랑찰그랑 별이 쏟아지는 듯한 배경음악이나 오렌지와 반짝이는 분홍색을 섞어 놓은 조명, 죽어가는 주인공을 두 번이나 연기한 사와지리 에리카와 그런 사와지리 에리카와 이미 한 번 비극을 같이 한 적이 있던 야마다 타카유키를 볼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야기, 히데요시는 분명 아게하가 읽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그 기대와 동시에,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감독이 마치 야, 이게 진짜 현실이야..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순수한 모습은 없고 희번득거리는 시선으로 아게하를 위아래로 훑는 히데요시의 눈빛에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이게 좋은 얘기라면(그러니깐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좋은 얘기라면) 아게하의 왕자님은 결국 히데요시였어야겠지.. 이런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주인공이 아니라. 그래서 아게하와 히데요시 사이에는 러브 스토리따위 일어나지도 않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지도 않고 너무도 현실적으로 각자의 결말로 가 버린다.

이 감독 영화에는 가끔 노림수라는 게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노림수로 히데요시에 야마다 타카유키를 결정한 뒤에 아게하로는 그냥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회심의 수를 쓴 것 같다. 이 장면을 보면 파국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배우들 연기력에 동화책을 읉는 아게하의 설정에, 그 외 우리가 알고 있는 극 밖에서 일어났던 여러가지 사건들이 증폭제 역할을 해서 이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괴이한  동화를 한 편 보여준다.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냥 이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이런 분위기가 못 나왔을 장면.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시각예술이라는 걸 100% 활용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 보면 드는 생각은, 굉장히 저급하고 비인간적인 표현이긴 한데 야마다 타카유키는 스캔들이 배우 인생에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사와지리 에리카도 (좋은 의미에서) 그렇게 되길.

 

 

덧붙여 비굴한 할렘 사장과 비열한 버스터 사장, 이 두 사람의 연기로 영화의 맥락을 뚫는 배경이 매끄럽게 잘 흘러갔던 것 같다. 몇 장면 안 나왔지만 어떤 속성의 사람들이 여기에 옹기종기 모여드는지 알 만했다.

 

 

 

 

어쨌건 이런 식으로 영화가 중반을 지나면 인물들의 역할이 서서히 드러난다. 주인공은 결국 장렬하게 전사한 히데요시와 같이 돌격병 정도의 장기말. 머리 속에 생각이 많아서는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의미로 히데요시와 주인공은 별 생각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한 수 위에 있던 사람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다 인생 끝난 이야기였다.

 

 

결론은,

주인공은 분명 아야노 고였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진짜 주인공은 이세야 유스케라는 걸 알 수 있다.

2편이 나온다면 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치기어린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이 아니라, 저 야욕에 불타는 마코와 버스터 사장, 하야마의 더러운 싸움이 보고싶다.

 

 

아 물론 그 속에서 여자들이 또 희생이 되겠지. 아무런 의미없이.

 

 

 

Posted by 레일라